낭만러너, 심진석
갑작스레 마스터즈 씬에 한 신예가 나타났다.
그는 등장과 동시에 ‘낭만러너’라는 별명을 얻으며, 각종 대회에서 연이어 입상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별명의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환하게 웃었다.
“그냥… 제가 밝고, 순수하고, 맑아 보여서 붙여주신 게 아닐까요?”
조심스러운 대답 뒤에도 미소가 번졌지만, 그 얼굴 너머로는 차갑고 고요한 그림자가 스쳤다.
언제나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은 먼 곳을 꿰뚫듯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하나 묻고 싶었지만,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듯 섬세한 표정 앞에서
차마 말을 걸지 못한 채, 선한 웃음이 다시 스며나오는 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과 발에는 굳은살이 가득했다.
깨진 손톱은 묵묵히 그가 흘려온 시간을 증명하고 있었다.
몸은 늘 긴장에 감싸여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그 경직된 자세는 고요한 결의처럼 보였다.
그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달려왔을까.
심진석의 정신력은 평범한 수준과는 차원이 달랐다.
빗길에 신발이 벗겨지고, 발끝이 너덜거리는 상황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언제나 마음속으로 되뇌던 주문,
“포기하지 말자, 끝까지 완주하자.”
그 말과 함께 그는 스스로를 끝없이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달리기는 단순한 기록 경주가 아니었다.
고통을 견디며, 스스로의 한계를 부수고, 끝내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의 방식이었다.
그가 왜 ‘낭만러너’로 불리는지는 이제 분명해졌다.
그 별명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어떤 고요한 결심과 단단한 자유를 동시에 품은 이름이었다.
심진석은 오늘도, 자신만의 낭만을 품고 달린다.
그리고 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Video : Yoa Kim
Design & Edit : Suyeon Ko